집사람이 몸이 아파서 간단한 수술을 하게 되었고 2주 정도의 절대적인 안정을 요한다는 전문의의 의견에 따라 친정집에서의 일주일 요양 프로그램이 합의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뜸 그러라고 했지만 오전에 6살, 2살 아이들을 어린이집 스쿨버스에 태워보내는 것부터가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첫날은 8시 30분에 어린이집 스쿨버스가 집앞으로 오는데 준비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6시 30분부터 일어나서 간단한 요리를 해서 아침준비를 마치고 아이들 입을 옷 준비, 어린이집 준비물을 체크하고 8시쯤 아이들을 깨웠다. 큰 딸 송이는 평소에도 제일 만만한 아빠가 달콤한 잠을 깨우니 버럭 화를 낸다. 그나마 2살짜리 아들녀석 종원이는 살짝 간지럼 태우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분유를 따뜻하게 해서 입에 물려주니 일어난다.
종원이의 주식인 분유를 타서 먹이고 나서 다시 송이를 깨워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우리 송이.
그러기를 1시간 여가 지나서야 조금은 잠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었는지, 아니면 배가 고픈 것인지 송이가 일어났다. 주택인 관계로 욕실이 춥지 않을가 하는 생각에 세수대야에 물을 떠서는 침대에 아이들을 앉히고는 차례차례 씻어갔다.
아!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다. 하지만 이제 시작인 것을.
미리 준비해둔 밥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서자 송이 녀석이 갓 구운 비엔나 소시지를 보고 한마디 한다.
'아빠! 나 옥수수 먹을거야'
'어? 옥수수?'
'응, 옥수수 만들어줘!'
'@@@'
송이 녀석이 부엌으로 가서 냅다 비엔나 소시지 포장지를 들이민다. 아~ 옥수수란 비엔나에 칼집을 내어 옥수수 모양을 만드는 것을 말하는 거였다. 딸에게는 한번도 거절해 본 적이 없는 이 소심한 고니 녀석은 잘 들지도 않는 칼로 비엔나 소시지에 그물모양의 칼집과 양쪽에 자랑스러운 날개를 달고 있다.
이렇게 옥수수에 김치를 얹어서 송이 녀석은 맛있게, 하지만 아주 천천히 아침을 먹는다. 종원이 녀석은 옆에서 뽀로로 비디오를 보며 가끔씩 옥수수를 베어물고.
아! 존경스러운 우리 사모님. 당신은 매일 이런 번잡한 아침을 보내는구려. 아침잠이라면 임금님이 와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고니도 고단한 아침을 선사했던 것이 미안할 뿐이다.
출근이 늦은 탓에 부랴 부랴 업무를 처리하고 6시까지 집으로 돌아와서는 애들을 태운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다.
애들을 데리고 와서 우선 과일과 요쿠르트, 우유를 챙겨 먹이고 목욕 준비를 서두른다. 아. 힘들다. 목욕탕에서 셋이서 재미있게 한바탕 놀고 나니 벌써 8시가 넘었다.
부랴 부랴 애들 저녁밥을 짓고 인터넷에서 출력해온 각종 레시피를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본다. 아. 맛 없다. 그래도 두 녀석은 재잘거리면서 아무 불만없이 잘 먹어준다.
그렇게 밥을 먹고 나서는 정겨운 가족 오락시간.. 아 인간 그네로 지낸 1시간.. 허리가 굉장히 땡긴다.
그럭 저럭 10시가 넘으니 애들은 꿈나라로 간다. 애들 옷들을 빨고 설겆이를 하고 나니 1시가 넘은 시간. 아. 내일 6시에 일어날 수 있을가?
하루가 겨우 지나갔다. 눈은 감겨 오는데 자꾸 곤히 잠든 아이들 얼굴이 보고 싶어진다.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던 아이들은 지멋대로 엉켜 있다. 괜시리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이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집사람이 돌아왔을 때 내 몸은 만신창이가 된 느낌인데 마음은 한 없이 따뜻하고 행복해진 걸 느낀다. 사랑은 주는 만큼 느끼는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주는 순간 순간을 통해서 새로운 인생의 아름다운 선물을 받게 된 일주일이었다.
그 동안 집사람의 큰 걱정이었던 큰 딸인 송이에 대한 맹목적인 편애의 굴레에서 벗어나 이제는 우리 아들까지도 내 가슴에 마음껏 안고 큰 소리로 웃어 제끼며 서로의 소중함에 대해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갓 3살이 된 종원이를 바라보는 나의 태도나 종원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일주일 사이에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되어 준 우리 아이들 송이, 종원에게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세상의 아빠들이여! 엄마들에게 일주일동안만 휴가를 줘라. 콜럼부스가 수백년 전에 발견했던 신대륙보다도 놀라운 새로운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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