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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흔히 말하는 심빠다. 심형래감독이 용가리를 만들면서 그의 어깨에 자랑스럽게 올려졌던 신지식인1호라는 칭호가 있기 한참 전부터 나는 심빠였다. 내가 심빠가 된 건 쇼비디오자키에서 펭귄복장으로 우습게 등장하는 심형래를 본 순간부터였던거 같다.

사실 심빠라는 말을 좋아하지도 않고 심빠로 불리고 싶지도 않다. 다만 조금은 어려워 보이는 목표에 대해서 접근해 가는 심형래라는 사람에 대해서 호의적인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심빠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심형래에 대한 우호적 평가자체가 세상이 내게 매섭게 들이대는 심빠의 기준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나는 심빠이기는 하지만 디빠는 아니다. 왜냐하면 심형래라는 사람에게는 아주 긍정적이고 정감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심야극장의 한 구석에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디워를 관람했을 때의 참담함이란 도저히 말로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주위 사람에게 디워 영화표를 3장이나 선물했지만 말이다.

디워2
지금까지 디워가 논란이 되었던 것은 작품성 문제와 마케팅의 방법론 2가지로 귀결된다.

마케팅 방법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애국주의와 측은지심에 기반하여 영화를 영화 그 자체로서 평가받지를 못하고 외적인 요소들에 의해서 평가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분 동감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지금까지의 한국영화가 마케팅을 어떻게 진행하여 왔는가라고 반문할 때에는 참 어이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를 영화 그대로 평가받기를 원한다면 어째서 디워의 마케팅을 비판했던 그들은 스타성에 기대서 영화의 지명도를 높이려 하는 것일가? 왜 그들은 교묘한 스포일러를 뿌리고 다니는 것일가? 왜 그들은 잡탕스러운 토크쇼에 스타들에게 미니스커트를 입혀서 돌림빵을 하는 걸가?

이런 일련의 마케팅에 대한 반응들을 보면서 한국사회의 어떤 현상을 보게 되고 그 현상의 좀비같은 무뇌충들을 보면 치가 떨린다. 내가 말하는 한국사회의 현상이란 나와 다른 걸 용납 못하는 병적인 콤플렉스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말이 '다르다'와 '틀리다'의 용처인 것을 보면 얼핏 이해가 가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자기가 속한 테두리의 특성과 다른 것은 모두 틀린 것처럼 받아들이는 이런 문화현상은 어디서 오는 것일가? 이 부분은 시간이 나면 다시 단문으로 휘갈겨보고 싶다.

작품성에 대한 문제는 그 접근방법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 모르지만 분명히 문제가 다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미장센이니 구도니 이런 것들은 차치하고 디워에 있어서 서사구조의 문제점은 분명히 있다. 이런 상업적 영화(사실 상업적 영화니 작가주의 영화니 나누고 있는게 더 우습긴 하다)에서 가장 중요한 서사의 요소는 관객들이 그럴 듯하게 느끼느냐의 문제이다. 진중권교수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은 조금 과격하기는 했지만 이런 그럴 듯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디워2

이런 서사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서사구조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라든가, 헐리우드의 블로버스터들도 이야기구조가 어디 있느냐라고 한다. 최소한 헐리우드 영화들에는 그럴 듯한 이야기 장치들을 갖추고 있다. 물론 몇몇 것들은 말도 안되는 짜깁기를 한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그럴듯한 이야기란 허구라는 논픽션이지만 그런 이야기 흐름이나 주인공들의 행동이나 결과를 받아들일 만한 요소들이 영화에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워의 큰 줄거리는 그럴 듯 하다. 하지만 에피소드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없다. 디워는 이런 링크가 없는데 억지로 우리를 청룡열차를 타는 스릴만 맛보라고 할 뿐이다.

그런데 왜 섹시고니는 디워가 종영한지 한참이 지난 지금 디워에 대해서 소새끼마냥 다시 되새김질하는 것일가?
심형래감독이 수년 내에 디워2를 제작하고 앞으로도 20여편 이상의 라인업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 말들을 쉽게 내뱉어 버리는 심형래감독이 심히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디워가 세계적 수준의 컴퓨터그래픽의 한계를 넘어섰다거나 미국에서 와이드릴리즈 개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가슴이 벅차고 심형래감독을 안아 주고 싶기도 하지만 디워2마저 디워의 서사를 가지고 돌아온다면 지금까지 그를 믿고 지지해 준 국민들을 배신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심형래 감독은 덩어리째로 그냥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역량있는 시나리오작가 그룹과 함께 일을 하기를 바란다. 제대로 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시나리오를 구체화할 수 있는 스텝들과 일을 하시길 바란다. 멋진 컴퓨터 그래픽을 위한 스텝들만 모으지 말고 말이다.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인터넷 관련 컨설팅 일을 하는데 가끔은 6살 딸아이의 의견에 무릎을 탁 치기도 한다. 심형래감독도 우물안 개구리처럼 우물안에 앉아서 하늘을 바라보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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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섹시고니